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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앞에 놓인 조각들은 왜 거기에 있는 걸까?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갔던 건물 앞 조각, 왜 거기에 있는 걸까요? 한 번 인식하면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이 미술품들은 지역 주민의 만남 장소가 되기도 하고, 흉물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대부분 건축물 미술작품제도에 의해 설치된 것들이에요.




건축물 미술작품제도란?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에 놓인 서도호의 카르마   ㅣ   © 스페이스클라우드

1972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 신・증축하는 일정한 용도의 건축물이라면 반드시 건축비용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조각, 회화, 공예등의 미술작품의 설치에 사용하게 하고 있어요. 2011년부터는 건축주가 작품을 설치하는 대신 설치비의 70%를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도 했죠. 


예술가의 창작 기회를 확대하고 기업과의 연결을 통해 문화예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아파트 입구나 놀이터 어딘가에서 보셨던 것이 건축물 미술작품제도에 의해 설치된 미술작품일 확률이 높아요.


설치대상: 연면적 1만㎡이상의 공동주택,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숙박시설 등 공공·민간 건축물

미술작품 금액 = 설치대상 연면적 × 표준건축비 × 법정적용비율(0.1%~1%)




운영되고 있다고 보긴 어려워요.

Hammering Man, 22 meters tall, painted steel, electric motor, Permanent installation, Heungkuk building, Seoul, Korea, 2002 ⓒborofsky

앞서 말씀드린 대로 건축물 미술작품제도는 예술가의 창작 기회 증대, 건축물에 문화적인 이미지 부여, 지역민의 예술체험 및 예술가의 창작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이 취지와 문화가 잘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자주 지적되는 부분은 이 제도가 투명하게 시행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에요. 건설사를 위해 심사를 대행해 주는 업체가 존재하고, 소수의 작가는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다수의 작가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도 않을뿐더러 해당 작품이 지역민의 예술체험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죠. 


이런 문제점이 지적되자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도 문제를 인식하고 공모제, 관리의무 강화 등 제도 개선 등 해결 방법을 만들고 있어요. 작품을 만들지 않고 돈으로 납부하는 방안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는데요. 대다수의 건축주는 이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해요. 작품을 구매하면 작품이 남지만, 기부금은 사라지는 돈이라고 생각해서죠. 이렇듯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 폐지의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와요. 




피크민 블룸으로 관심 받는 중?

© PIKMIN BLOOM 공식 홈페이지

최근 이름은 커녕 존재조차 몰랐던 작은 조각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걸그룹 뉴진스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인기를 얻은 게임 피크민 블룸의 영향 때문이에요. 나이언틱과 닌텐도가 공동개발한 증강현실 게임인데 걷기를 통해 얻는 성취감과 무해한 캐릭터들의 귀여움으로 1020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PIKMIN BLOOM 엽서 사진 (엽서 속 작품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가 없음)


사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실제 장소가 게임에 등장하는데 실제 지명이나 가게, 건물 이름, 조각 등을 딴 엽서가 게임의 주요한 요소예요. 피크민이라는 캐릭터가 엽서 사진을 가져와 사용자에게 건네 주는데, 친구들끼리 웃기고 예쁜 엽서를 서로 선물할 수 있어요. 조각들이 엽서에 등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우리 동네에 어떤 공공미술품이 있는지 알게 된 사람들이 늘었어요. 이외에도 공공미술포털에 들어가면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로 만들어진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요. 


같은 생활권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나누고 싶다는 뜻을 품은 사람들도 많아요. 특히 기업에서 운영하는 건물들은 공익적인 목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설치해요.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심혈을 기울여 선택해 시민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 랜드마크로 기능하기도 하죠. 지나가는 길에 구경해 보면 좋은 작품을 소개해 드릴게요. 혹시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한 번 살펴 보세요.


🎒 천안 아라리오 조각 광장

하루 7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광장으로 천안종합터미널, 아라리오갤러리, 신세계백화점을 연결하는 중심 광장이에요. 2007년도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아름다운 광장으로 선정된 적도 있어요. 세계 200대 컬렉터 리스트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아라리오 그룹의 김창일 회장이 천안 시민과 나누기 위해 조성했어요. 데미안 허스트, 코헤이 나와 등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이 약 30여 점 설치되어 있어요.

🔨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

광화문 흥국생명 앞에는 열심히 망치질을 하는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의 <해머링 맨>이 있어요. 망치질 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광화문 일대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대변하고 있어요. 망치를 들고 열심히 일하는 이 조각은 겨울이 되면 산타 모자를 쓰기도 해요. 




참고자료
공공미술포털
[홍경한의 시시일각] '건축물미술작품제도' 폐지가 답이다, 메트로 신문


#도시#빌딩#공공미술#건축물미술작품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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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공간과 사람을 연결해 머물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