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도시
[인터뷰] 출근 전 만나는 서울의 아침, 서울모닝커피클럽 SMCC일찍 일어나 내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시작하는 것.
1분이라도 더 누워있다 겨우 집을 나서는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로망과도 같은 일상이에요. 삶의 주도권을 찾기 위해 퇴근 후 운동이나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보기도 했지만 루틴으로 정착시키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혼자만의 아침이 아닌, 우리 동네 사람들과 함께하는 아침 루틴은 어떨까요? 회원이 될 필요도 없고 매주 정기적으로 출석할 필요도 없어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오는 공지를 전날 확인하고 신청하면 돼요. 참가비도 없어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됩니다. 모르는 사람이라 오히려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보다 느슨한 연대를 지향하는 서울모닝커피클럽(이하 SMCC)은 건강한 모닝루틴에 누구보다 진심인 오프라인 커뮤니티입니다. 비즈니스로 시작했던 것이 아니라 일상처럼 편하게 시작한 것이 커져 현재의 SMCC 유행을 이끌게 되었어요. 커뮤니티 운영을 담당하는 문시원 브랜드 마케팅 총괄을 만나 이들이 꿈꾸는 서울의 아침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스페이스클라우드SMCC의 시작은 생각보다 우연했다고 들었어요.
- SMCC의 대표이자 캠핑맨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고 계실 박재현 대표님의 인스타그램 글로 시작됐어요. 외국에서 생활하고 오셨는데 이른 시간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 마시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루틴이었대요. 그런데 한국에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카페가 늦게 문을 열어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던 거죠. 사무실이있던 성수동 근처의 일찍 여는 카페를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모임이 만들어졌고 이게 SMCC의 시작이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SMCC가 ‘서울’ 모닝 커피 클럽이지만, 당시에는 S가 성수를 의미했습니다.
성수동에서 부터 SMCC에 참여하셨던 건가요?
- 모임의 게스트로 참여했었죠. 공간과 여행 등을 소개하는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는데 당시 회사에서 아웃도어로도 영역 확장을 염두하고 있었어요. 협업을 위해 캠핑 크리에이터를 찾다 캠핑맨을 발견하게 됐죠. 섭외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인스타그램은 팔로우 하고 있었어요. 보다 보니 이분이 커피를 좋아하고, 일찍 일어나는 건강한 아침 루틴을 가지셨더라고요. 저도 아침에 어머니와 함께 일찍 일어나 드립 커피를 꼭 내려 마시는 모닝 루틴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분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모임이 있다는 얘기가 올라오더라고요. 저도 가볍게 그러면 가볼까? 하면서 시작됐어요.
SMCC 모임 진행 사진 ㅣ SMCC 제공정말 가볍게 참여했던 모임이었네요. 당시 느꼈던 매력을 소개해 주세요.
- 그래서 제가 이렇게 깊게 참여하게 될 줄도 몰랐고, 성장이 이렇게나 빠를 줄도 몰랐어요. SMCC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정말 우리도 참여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니즈에 의해 커지게 됐어요. 모두가 공감하시겠지만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일이 너무 어렵잖아요. 저도 이전 직장과 일을 사랑했지만 최대한 늦게 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마음으로 하루를 살다 보니 점점 더 힘든 거예요. 내가 아닌 회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느낌도 들었고요.
SMCC에 참여하면서는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가 시작하는 아침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모르는 사람과 이른 시간에 만나 커피를 마시고, 서로의 하루를 듣고 응원해 주기만 했을 뿐인 데도요. 갓생이라는 키워드로 많이 알려져 오해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거창한 모임이 아니예요. 서로 공부하고 인사이트 얻고 이런 게 아니라 아침 8시에 만나 커피 한잔하며 듣는 낯선 사람의 고민과 용기가 하루의 주도권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설명해 주신 매력 때문에 SMCC로 본격적인 합류를 결정하게 되셨나요?
- 이전에 다녔던 회사의 퇴사는 이곳과 무관한 결정이었어요. 이직을 위해 퇴사를 진행했던 것은 아니에요. 다양하게 도전을 좀 해보고 싶었는데 해보고 싶던 것 중 하나가 SMCC였던거죠. 욕심을 내어 열심히 활동하다 보니 운영을 더 주도적으로 맡게 되며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어요. 또 저는 게스트로 시작해 지금도 모임을 운영 중인 호스트이기도 해요. 운영을 주도적으로 맡는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제가 게스트와 호스트를 경험하며 느낀 매력을 오해 없이 잘 전달하는 일이라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SMCC 모임 진행 사진 2 ㅣ SMCC 제공모임은 보통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 한 모임에 최대 8명이 참여해요. 자기소개를 하기 전 호스트가 SMCC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죠. 다들 이게 정확하게 어떤 모임인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모닝 루틴을 응원하는 커뮤니티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짧게 자기소개를 한 후, 가볍게 얘기를 나누고 서로의 하루를 응원하며 마무리해요. 최대 1시간 30분이 넘어가지 않는 선에서 모임을 진행하고 보통 1시간 15분 정도면 모임이 종료되어요. 누군가가 시간에 여유가 있다고 해서 모임을 길게 가져가거나, 2차나 3차로 이어지면 부담을 갖게 될 수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끝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크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보다는 커뮤니티의 느낌이 강해요. 특별한 노력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 저희 커뮤니티를 특별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면 편안함인 것 같아요. 느슨한 분위기가 결국 회원제가 아니어서 생길 수 있는 것 같고요. 동아리나 유료로 돈을 지불하고 참여해야 하는 모임들은 저도 오래 해봤지만 부담이 상당하더라고요. 높은 금액을 지불한 만큼 꼭 책을 읽어야 한다던가 누군가와 친해져야 한다는 압박이 생겨요.
저희는 자신의 모닝 루틴이 메인이기 때문에 내향적인 분들도 많이 참여해 주고 계시고요. 모닝 루틴이라는 포인트 덕분에 세수만 하고 편안하게 나오는 경우도 많죠. 적절한 느슨함을 만들기 위한 규칙도 있어요. 정말 아무것도 없던 때부터 모임에 함께하다 보니 여러 어려움이 눈에 띄더라고요. 한 사람이 대화를 독식하는 일이 없도록 각자에게 짧은 시간을 드리고, 명함 교환도 하지 않아요. 어딘가에 소속된 누군가가 아닌 개인에 집중하길 바라고 있어요.
SMCC 모임 진행 사진 3 ㅣ SMCC 제공어떤 분들이 주로 참여하고 계신가요?
-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참가자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먼저 왜 오시는지를 여쭤봤을 때 첫 번째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두 번째는 내 모닝 루틴을 위해서라고 답해주신 분이 많았어요. 두 번째 질문은 당신의 모닝 루틴은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는데, 놀랍게도 다들 루틴이 없다고 답해주셨어요. 루틴이 있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원해서 오는 거였던 거예요. 스스로 하기는 어려우니까 모닝콜보다는 강한 약속이라는 장치를 선택한 거죠. 내향형과 외향형 비율도 궁금하실 것 같은데 제가 만나서 느낀 것과 조사 결과가 같게 나와 신기했어요. 정말로 반반이에요.
호스트는 어떻게 모집 하시나요.
- 지금 활동하고 계신 호스트들은 50명 정도가 돼요. 저도 계속 호스팅을 하고 있지만 분명 어려움도 있거든요. 그래서 가장 먼저 말씀드리는 게 호스트의 모닝 루틴을 먼저 생각하셔야 한다는 거예요. 모임 운영이 지속되면 내 루틴이 아니라 참여하는 이들의 루틴을 신경 쓰게 될 수 있잖아요. 저희는 건강한 모닝 루틴을 위한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호스트의 모닝 루틴이 가장 중요하고 게스트는 그분의 루틴을 소개받는 형태라는 걸 강조하고 있어요.
조건이라고 한다면 게스트는 루틴을 만들고 싶어 오는 사람이기 때문에 호스트는 이미 모닝 루틴을 가진 사람이어야 해요. SMCC에 참여해 본 경험도 있어야 하고요. 현재는 내부 추천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기존의 호스트들이 어떤 분이 요즘 참여도 열심히 하시고 마인드가 정말 건강하시다! 라고 알려 주시면 제가 연락을 드려요.
SMCC 모집 홍보 이미지 ㅣ SMCC
인기가 늘어나다 보니 호스트가 되기를 원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 아직 진출하지 못한 지역들에서 연락이 많이 와요. 한 번도 SMCC에 나온 적은 없지만 오랜 기간 관심을 두고 계셨고, 이 문화가 마음에 든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서 호스트를 할 테니 모임을 열어 줬으면 한다는 연락들이 정말 다양한 지역에서 오죠. 마음은 너무 감사하지만 실제로 참여해 보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거든요. 일회성 모임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관리가 중요해 SMCC에 참여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조건으로 두게 됐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정말 좋은 분들이 모였고, 관리의 큰 어려움은 없는 편이에요.
아침 8시에 여는 카페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셨던 것처럼 장소를 찾는 것도 은근히 쉽지 않아 보여요. 특별한 조건이 있나요?
- 일찍 문을 여는 것 외의 조건은 없어요.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에 멋진 카페 사진이 자주 올라가서 궁금해하신 것 같아요. 좋은 카페 정보를 알고 싶어 저희 피드를 구경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아침에 일찍 여는 카페의 정보를 알고 싶어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는 분들도 많았고요. 호스트분들의 감도가 높은 편이다 보니 좋은 공간을 많이 찾아 주시지만 사실 스타벅스에서 열어도 돼요. 꼭 카페일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대화를 나누려면 음료 정도는 나올 수 있는 공간이긴 해야 할 것 같아요.
SMCC 에스프레소 런 진행 사진 ㅣ SMCC
SMCC 모닝레이브 진행 사진 ㅣ SMCC커피챗뿐만 아니라 스페셜 이벤트도 인기가 많더라고요.
- 아침에 초점을 맞춰 커피챗 외에도 러닝과 커피를 함께하는 에스프레소 런, 함께 책을 읽고 얘기 나누는 북 다이브, 최근 가장 화제가 됐던 술 없는 아침 디제잉 파티인 모닝 레이브까지 다양해요.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예정이고요. 러닝이나 독서 같은 것도 설문조사에서 요청이 많아 시작하게 됐어요. 하지만 SMCC의 포인트는 느슨함이기 때문에 역시 가볍게 가져가고 있어요. 책을 꼭 읽어 와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책을 원하는 정도로 가볍게 읽고 1시간 정도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 나눠요. 기존의 북클럽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하죠.
그런 편안한 느낌이 SMCC의 추구미이군요.
- 스근하다라는 표현 아세요? 쉽다, 별거 아니라는 뜻을 가진 경상도 사투리예요. 나를 채찍질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스근한 느낌을 추구해요. 나는 별거 안 했고, 이건 그냥 내 루틴일 뿐인데 사람들이 갓생이라고 부르네?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 멋있고 섹시하다. 이런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노력하지 않아도 나오는 자연스러운 멋에서 저희가 추구하는 웰니스, 럭셔리한 느낌이 표현되는 것 같아요.
SMCC 북 다이브 진행 사진 ㅣ SMCC스스로는 SMCC를 어떻게 정의하고 계신가요?
- 꼭 아침에 같이 모여야만 SMCC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사실 모닝 루틴을 위한 장치에 불과해요. 저희가 커뮤니티이긴 하지만 아침에 내가 만드는 하루의 시작, 루틴을 만드는 것이 1번이잖아요. 모임에 나오지 않고 스스로 아침 루틴을 지키시는 것만으로 저는 SMCC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모임에 나오지 않아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저희를 태그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럴 때는 꼭 디엠 답장을 드려요. 시간을 태그해 주시면 공식 계정에 여러분의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다고요. 만남이나 커피가 없어도 괜찮아요. 오늘도 모닝 루틴을 지키신 것만으로 여러분은 SMCC에 함께하고 계세요.
참여는 하기 어렵지만 혼자서라도 모닝 루틴을 실천해 보고 싶은 도시산책 독자들에게 추천할 공간이 있나요.
- 정말 많은데 다 알려드리지 못해 아쉽네요. 저희 모임에 나오시면 더 추천해 드릴 수 있습니다. (웃음) 스페이스클라우드의 오피스가 여의도에 있다고 들었어요. 여의도를 위주로 추천을 해 드리지면… 수수커피, 마호가니, 로와이드를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카페는 선릉에 있어요. 알렉산더 커피 스튜디오라는 곳인데 커피도 정말 맛있고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SMCC 북 다이브 진행 후 대화를 나누는 모습 ㅣ SMCCSMCC라는 커뮤니티를 맡고 계신 운영자로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외국인, 시니어 등 다양한 확장을 고려하고 있어요. 디제잉 파티 같은 것도 이벤트 성격이 강하지만 꾸준히 하고 있는데, 이 행사로 외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졌어요. 그래서 영어로 콘텐츠를 발행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팔로워 중 30%가 외국 분들이세요. 한국에 있는 외국 분들은 사실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거의 없거든요. 한국까지 왔는데 한국어를 쓸 기회가 없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시고요. SMCC가 한국어를 연습하는 분들이 참여하기 좋은 커뮤니티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영문 콘텐츠를 발행하고 외국인 호스트도 모집했어요. 저희가 전날 인스타그램으로 공지해 다음날 만남이 이루어지잖아요. 외국 분들을 대상으로 해도 게스트가 모집될지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성공적이었어요. 언어보다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 언어의 장벽도 그다지 높지 않았어요.
또 더뉴 그레이라는 시니어 커뮤니티와도 협업해 저희 행사에도 초대 드렸어요. 특정 연령층을 위한 커뮤니티가 아닌 정말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SMCC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남녀노소, 외국인까지 와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강한 모임을 만들어 나가려고 해요. 서울의 밤 문화는 이미 유명하잖아요. 이 시간을 앞당겨 서울의 건강한 아침 문화를 만들고 알리는 것이 목표예요.
스페이스클라우드한 번도 SMCC를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 저희 정말 부담 없는 커뮤니티예요. 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건강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큰 부담 없이 참여해 주세요. 꼭 물리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여러분의 모닝 루틴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SMCC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루틴도 시간과 @seoulmorningcoffeclub 계정을 태그해 남겨주시면 더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될 거예요. 내년에는 오프라인 공간도 만들어 보려 하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글 에디터 틴틴
사진출처 스페이스클라우드, SMCC
도시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공간과 사람을 연결해 머물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