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도시
"너무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어요" 밈의 주인공, 춤추는 강아지 대추 인터뷰신나게 춤을 추다 갑자기 물벼락을 맞고 당황한 강아지의 영상을 보신 적 있나요? 춤추는 강아지 대추의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만 340만 조회수, 25만 개의 좋아요라는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너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어요’ 라는 밈을 탄생시켰어요.
강아지가 춤을 추는 것도 일부러 훈련한 것이 아니고 뿌려진 물 역시 밥그릇을 집으려던 것이 물그릇을 잘못 집어 벌어진 해프닝이었어요. 하지만 엉덩이를 흔들며 누구보다 발랄하게 춤을 추다 잔뜩 당황한 얼굴로 보호자를 보는 모습이 웃겨 큰 반응을 얻었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대추의 팬이 되었습니다.
대추의 보호자님은 아픈 일을 겪은 강아지도 충분히 다른 강아지처럼 밝고 건강하게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대추의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고 계세요. 대추와 보호자님의 이야기를 통해 더 다정한 도시를 만들고 싶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최근 대추의 모습밈의 주인공을 직접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상으로만 듣던 목소리를 직접 들으니 신기하고 반가워요.
ㅣ 안녕하세요, 대추 보호자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 영상으로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신 덕분에 인터뷰까지 하게 됐네요.
소소한 대추의 일상으로 인터뷰 시작해 보려 해요. 대추의 오늘의 TMI가 있다면 알려 주세요.
ㅣ 음… 이렇게까지 소소해도 괜찮을까 싶지만 제가 오늘 늦잠을 잤어요.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다 보니 평소보다는 여유롭게 일어날 수 있었거든요. 강아지를 키우는 분들이시라면 잘 아시겠지만 밥을 먹는 시간이 정해져 있거든요. 그 시간에서 조금이라도 늦으면 난리가 나고요. 딱 한 시간 늦게 일어났는데 패드가 아닌 바닥에 소변을 봐 뒀더라고요. 아침밥을 늦게 준 불만을 이렇게 표현한 것 같아요.
대추가 제 생각보다 훨씬 단호한 강아지였네요. 이미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이렇게 매력 많은 대추와의 첫 만남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ㅣ 조금 간략하게 설명을 해드리자면 대추는 번식장에서 구조가 된 모견 출신이에요. 강제로 출산을 반복하다 구조되어 안락사 없는 보호소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어요. 제가 입양할 당시에는 대추를 개인 보호자분이 임시로 보호하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이 사연을 SNS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입양 문의가 6개월 동안 단 한 건도 없다는 말을 들었죠. 그렇게 이야기가 닿게 되어 입양을 결심했습니다.
왼) 입양 초기 대추의 모습 오) 보호소에서 생활하던 대추입양까지 결심하는데 어렵진 않으셨나요? 여러 고민이 들었을 것 같아요.
ㅣ 입양 안내문에는 대추의 추정 나이가 7~8살 정도로 표기가 되어있었어요. 사실 이거는 정말 줄이고 줄여서 최소치로 그렇게 공고를 올렸던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수의사님과 제가 함께 판단하기로는 10살 정도로 보고 있어요. 이미 10살이 되었을 때 제게 왔다 보니 아무래도 함께할 수 있는 시간보다는 이별의 순간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에요. 이런 점이 무서워서 입양을 고민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걱정보다는 함께 쌓아 올릴 기억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보호자님과 함께 살게 된 이후의 대추는 어땠나요?
ㅣ 처음에는 겁이 되게 많았어요. 쓰다듬으려고 팔을 뻗으면 혼자 멀리 달려가 벌벌 떨 정도로요. 훈련이나 행동 교정에 관한 유튜브 이런 것도 많잖아요. 그런 영상을 초반에는 보긴 했는데 저희랑은 맞지 않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추와 저희는 훈련보다 가족이 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말없이 대추를 기다려줬고 3개월 정도 지나니 대추도 많이 편해졌어요.
산책 중 환하게 웃는 대추대추는 어떤 걸 특히 좋아하는지 알려 주세요.
ㅣ 대추가 춤추는 강아지로 유명해졌잖아요. 밥이랑 산책을 정말 좋아하고 완전히 흥분하거든요. 밥그릇을 들거나 산책할 때 사용하는 리드줄을 잡으면 바로 그렇게 뛰어다녀요. 모든 강아지가 밥과 산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보호소 생활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몸집이 큰 다른 개들과 같은 견사를 썼거든요. 대추 앞에서 다른 아이가 물려 죽는 사고도 있었대요. 몸집이 작은 대추는 그 안에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산책도 대추가 겁이 워낙 많은 강아지였다 보니 보호소에 있는 7년 동안 산책을 한 번도 하지 못했대요. 보호소에 수많은 봉사자분이 다녀갔지만 평소에 대추를 만지거나 함께 이동할 수 있었던 분도 없었고요.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밥과 산책에도 그런 이유가 있을 줄 생각도 못 했어요.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더 있을까요?
ㅣ 정말 특이한 게 새로운 공간을 정말 좋아해요. 스페이스클라우드와도 좀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그냥 새로운 공간을 너무 좋아하는 강아지예요. 최근에 이사를 왔는데 처음 오는 공간인데도 입이 막 귀에 걸려서 웃으며 뛰어다니더라고요.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애견 전문 공간들이 있더라고요. 저희도 최근에 펜션에 함께 다녀왔어요. 애견동반이 가능하고, 강아지와 함께 수영도 할 수 있고 운동장도 있는 공간이었는데 대추 표정에서부터 감동 받은 게 보이더라고요. 숙소에 딱 발을 디딜 때부터 너무 좋아해서 좋은 추억을 쌓았어요.
여름휴가 맞이 특별한 공간도 좋지만 일상적인 추억이 담긴 곳도 궁금해요. 대추와의 다정한 일상이 녹아 있는 공간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ㅣ 살고 있는 지역에 공원이 굉장히 많아요. 원하는 공원을 골라서 갈 수 있는 정도라 한 곳만 가면 대추가 심심할까 봐 바꿔가면서 가는 편이고요. 그중에서도 대추에게 특별히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을 공원은 차로 조금 이동해야 갈 수 있는 호수공원일 것 같아요. 입양 초기가 대추가 산책에 막 맛을 들이기 시작할 때라 정말 열심히 나갔거든요. 하루에 3시간씩 할 정도로요. 그때 여기에서 처음으로 웃는 얼굴을 봤어요.
행복한 얼굴로 새로운 공간을 즐기는 대추사실 애견동반으로 어디를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저희가 다정한 도시 캠페인을 전개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요. 대추와 어딘가를 갈 때 어려움을 겪었던 적도 있을까요.
ㅣ 사실 특정하게 어떤 공간을 꼽을 수도 없어요. 거의 모든 장소인 것 같아요. 숙소나 여행지뿐만 아니라 식당도 동반이 되는 곳이 거의 없잖아요. 함께 가고 싶은 곳은 너무 많지만 되게 한정된 카테고리 안에서만 골라야 하는 고충이 있어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하나 있는데 소고기 맛집이 있어서 거기를 너무 가고 싶었어요. 전화를 드려봤는데 강아지 동반이 가능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가방만 가지고 가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갔죠. 그런데 도착해 보니 왜 켄넬이 아니냐고 물어보시며 입장을 거부하셨어요.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입장에서 켄넬과 가방을 헷갈리실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정말 속상하더라고요. 미리 알았다면 준비했을 수도 있는데 비도 오는 날이었고 여러모로 허탈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래서 반려견 동반이 되는 공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런 캠페인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전화해서 양해를 구하고 확인을 하고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까요. 좋은 취지인 것 같아 저도 더 홍보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한 것도 있어요.
취지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해요. 같이 갈 수 있는 공간부터 시작해 대추와 함께하며 여러가지로 일상이 많이 변화했을 것 같아요.
ㅣ 대추 덕분에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대추를 만나기 전 저도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 시간을 겪으면서 사람과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어렵고 정말 일상적인 것도 어색하게 느껴져 연습해야 했어요. 대추를 키우면서 사랑을 주고받으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니 저도 용기를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대추처럼 큰 트라우마가 있던 아이도 변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더 건강해지기 위해 밥도 잘 먹고 새로운 직업도 얻었어요. 불편한 점도 물론 있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컸어요.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대추이런 다정한 일상을 보며 누군가는 대추 같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 같아요. 혹시 그 사람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ㅣ 소셜미디어 활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이런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대추 같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분도 많았고, 종이 뭔지 묻기도 하고 나도 사고 싶다고 하는 연락도 있었어요. 사실 이때는 많이 속상하더라고요. 제가 계정을 운영하는 이유는 보호소에서 입양한 강아지도 사람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예요. 대추와 같은 외모만을 찾아 구매하고 싶다는 분께는 계정 운영의 취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또 강아지는 정말 신생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서리가 날카롭다면 당연히 주의해야 하고, 바닥이 미끄럽다면 거금이 들더라도 매트를 깔아줘야 해요. 이런 것들은 당연하고 강아지가 보여주는 사소한 시그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건강과 직결되는 신호니까요. 각별하게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내가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 보신다면 충분할 것 같아요.
대추와 언니들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따로 전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ㅣ 대추의 계정을 잘 보고 계신 분들께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대추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계정이 커지며 이렇게 인터뷰하기도 하는 등 수익이 조금씩 생기고 있는 중이에요. 대추 계정으로 발생한 수익은 최대한 보호소나 유기견을 위해 기부를 하려고 해요. 앞으로 계정이 얼마나 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보호소나 유기견에 대한 관심을 절대 멈추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보호자님에게 대추는 어떤 존재일까요? 뻔한 질문이겠지만 보호자님의 대답이 궁금해요.
ㅣ 민망하기는 하지만… 가족이라는 말 말고는 정의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아요. 가족이에요. 엄마가 딸을 바라보듯 대추를 보며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도 있어요. 대추가 가끔은 저 같기도 하다가 딸 같기도 해요. 제가 항상 바라던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닐지 생각이 될 때도 있고요. 제가 가족에게 받고 싶었던 것들을 대추에게 계속 해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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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디터 틴틴
사진출처 대추 보호자 제공
도시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공간과 사람을 연결해 머물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