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그라운드
문화N지대, 아일랜드의 춤과 음악을 만나다문화N지대 프로젝트 알고 계신가요? 스페이스클라우드의 문화예술인 지원 프로젝트로, 서비스의 성장과 함께한 문화예술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시작되었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22개 팀을 선정해 스클코인 1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작년에 첫 삽을 뜬 프로젝트로 선정 팀들이 활발하게 공간을 대여하고, 공연을 열고 있어요.
문화N지대 선정 팀 중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는 아일랜드의 춤과 노래를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아일랜드 춤과 음악’을 만나보세요.

‘아일랜드 춤과 음악’이라는 팀을 소개해 주세요.
아일랜드 하면 아무래도 영화 타이타닉, 원스(Once), 밴드 U2 정도를 떠올리실 것 같아요. 아일랜드는 오랜 식민 지배의 역사와 더불어 역사, 정서적으로 한국과 닮은 점이 많아요. 그들의 삶 속에서 음악과 춤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정체성을 지키고 공동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죠. 그 때문인지 아일랜드 하면 떠오르는 것도 모두 음악과 관련이 있고요.
이런 아일랜드의 음악 문화는 한국에서도 약 20년 전부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가수 하림, 밴드 바드(Bard), 크라잉넛 등 아일랜드 음악을 각자의 스타일로 녹여낸 1세대 아이리시 뮤지션 분들의 음악, 그리고 성 패트릭 데이(St. Patrick’s Day) 축제를 통해 관심이 확산되었고, 2010년대에 들어서는 홍대를 중심으로 세션 문화가 자리 잡으며 지금의 아일랜드 음악 애호가 커뮤니티가 형성됐어요. 저희 아일랜드 춤과 음악은 즐거운 문화를 한국에서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향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어요. 2024년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하나의 커뮤니티 형태로 출발해 보다 본격적으로 공연과 행사, 모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음악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이리시 세션(Irish Session)에 대해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삼삼오오 펍에 모여 기네스 한 잔을 마시며, ‘튠(Tune)’이라 불리는 전통곡들을 함께 연주하고 교류하는 아일랜드 특유의 문화예요. 튠의 대부분이 춤을 위한 음악인 만큼, 자연스럽게 댄스 문화도 함께 어우러집니다.

재즈의 즉흥적인 잼 세션과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아일랜드 음악에는 오랜 세월 동안 전승되어 온 비교적 정형화된 레퍼토리가 있어요. 보통 1,000~2,000곡에 달하는 튠이 세션에서 반복적으로 연주되고, 같은 곡이라도 그날 모인 연주자와 악기, 분위기에 따라 매번 전혀 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어렵지 않아요! 악보가 아닌 귀에서 귀로 배우며 전승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을 만큼 이 글을 쓰는 저도 처음엔 악기를 다뤄본 적도 없고, 악보를 아예 볼 줄 모른 채 시작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세션에서 함께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만큼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즐겁게 할 수 있는 음악입니다.
아일랜드 음악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태원의 ‘더크랙하우스’라는 아일랜드 사장님이 운영하는 아이리시 펍에서 열리는 정통 펍 세션이 있어요. 저희도 오랜 시간 한국에 아일랜드의 춤을 전파해 온 ‘린카’의 스텝댄스 클래스 등 기존 진행되던 행사에 대한 홍보는 물론, 아일랜드의 사교 댄스인 셋댄스(Irish Set Dancing) 연구 모임과 원데이 클래스, 아이리시 악기와 튠을 연습하는 슬로우 세션(Slow Session) 등 입문자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사실 아일랜드 음악은 한국 사람들에게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르 같아요.
저희 멤버들도 다양한 계기로 이 음악에 빠지게 되었어요. 아일랜드 여행에서 들었던 음악에 빠지게 된 사람도 있고 유튜브나 라디오 등 외부 매체를 통해 켈틱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멤버도 있죠. 저는 브루잉 펍에서 열렸던 세션에 구경을 가면서 완전히 빠지게 되었는데요. 실제로 아이리시 악기의 소리를 가까이에서 접한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음악의 독특한 매력도 물론 있지만, 이 음악을 열심히 즐기는 열정적인 사람들과 함께라 더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아일랜드 음악을 사람들에게 알리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나요?
프라이빗한 방문인지라 구체적인 이름을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한국의 아티스트 중 아주 유명한 분이 저희 세션에 방문해 주셨어요. 최근 발매한 앨범에 아이리시 스타일의 음악을 담아내기도 하셔서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연주, 댄스까지 곁들여 풀코스로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는데 “정말 아일랜드에 다녀온 것 같았다”라는 말씀을 전해 주셔서 더욱 기뻤죠. 또 뮤지컬 원스(Once)의 한국 배우들과 오리지널 현지 스태프분들과 함께 연주하고 노래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무대 위 공연자가 아니라, 같은 세션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던 그 시간이 아일랜드 음악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준 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계신 아일랜드 분들도 이런 활동을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저희는 아일랜드 사장님이 운영하는 이태원의 ‘더크랙하우스’ 아이리시 펍에서 매 달 2~3번 정기적인 연주 모임인 ‘펍 세션’을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이곳은 한국에 거주하는 아이리시들의 사랑방이자 아지트 같은 곳이기도 해요. 어느날은 한 아일랜드 여성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크게 뜬 채 저희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댄스를 추기 시작했어요. 알고 보니 어릴 적 학교에서 배웠던 춤인데, 음악을 듣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했다고 하더군요. “한국에서 이런 순간을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셨는데 제게도 감동적인 일이었어요.
이런 순간이 연속될 때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단순히 공연이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기억과 문화를 다시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큰 보람을 느껴요.
아일랜드에서 공연을 할 예정도 있는지, 아일랜드에서 온 외국인 멤버도 있는지 궁금해요.
물론이죠! 매년 8월, 아일랜드에서는 플라 쿌(Fleadh Cheoil na hÉireann)이라는 최대 규모의 아일랜드 전통 음악 축제가 열려요. 매년 8월, 일주일간 진행되는 이 축제는 2년에 한 번씩 아일랜드의 중소 도시들을 번갈아가며 개최하고 있어요. 저희 커뮤니티의 목표 중 하나는 언젠가 이 무대에 멤버들이 함께 팀으로 참가하는 거예요.
실제로 작년에는 일본의 뮤지션과 댄서들이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공연에 참가해 현지 방송에 소개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저희도 한복을 입고 아일랜드 현지 무대에 서는 날을 꿈꾸게 됐어요. 현재 저희 모임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아일랜드를 포함해 일본, 영국,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멤버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서로 다른 언어와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음악과 춤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이게 되더라고요.

다양한 국가의 연주자들과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교류 공연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세요.
아일랜드 음악이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세계 어디를 가든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음악만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아이리시 뮤지션들은 여행을 떠날 때 관광지보다 먼저, 그 지역에 세션이 열리는 펍이 있는지를 찾아보기도 하죠. 낯선 도시에서도 음악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연결되는 경험이 아일랜드 음악 문화의 핵심이예요. 이런 특성 덕분에 한국의 연주자들이 아일랜드는 물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만난 연주자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한 해외 연주자들이 서로 이어지며 느슨하지만 강력한 일종의 국제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어요.
문화N지대의 지원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문화N지대 프로젝트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 최초의 아이리시 댄스를 위한 연주 밴드, ‘서울 케일리 밴드(Seoul Céilí Band)’를 결성하게 되었어요. 일반적인 세션이 소규모 어쿠스틱 악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케일리 밴드는 댄서까지 포함하면 대략 12명 이상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대형 그룹이에요. 활동을 위해서는 넓고 방음이 잘 된 공간이 반드시 필요한데 비용도 부담이고 여러모로 쉽지 않았어요. 다행히 이번 문화N지대 프로젝트의 지원 덕분에, 쾌적한 연습 공간에서 매월 1~2회 정기 연습을 이어가며 첫 무대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케일리 밴드의 공연 소식이 있다면 여기에서 홍보해 주세요!
케일리 밴드의 첫 공식 공연은 오는 3월,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국경일인 성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을 기념하는 ‘성 패트릭 데이 페스티벌’ 기간에, 서울 신도림역 광장에서 펼쳐질 예정입니다!! 이 행사는 한국에서 아일랜드 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로,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열린 축제예요. 아일랜드 춤과 음악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부담 없이 꼭 한 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문화N지대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소감도 듣고 싶어요.
문화공간 너나들이 이용 후기를 전해드리고 싶네요. 2025 아이리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는데, 저희는 무엇보다 ‘이야기가 있는 공간’에서 아일랜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공덕 인근의 ‘문화공간 너나들이’는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한옥의 정취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이 공간은 실제로 국악 명인이 운영하며 다양한 전통음악 행사가 열리는 곳이었거든요. 한국의 전통적인 장소에서 아일랜드 음악이라는 이국적인 문화를 선보이는 것이 새로웠죠. 거기다 카페를 겸하고 있어 음료와 다과를 쉽게 구할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몇 명의 관객이 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50명까지 추가금 없이 공간 대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소규모 공연을 하기에는 너무나 완벽했어요.
앞으로 아일랜드 춤과 음악은 어떤 공연을 진행할 예정인가요?
스페이스클라우드 문화N지대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한 ‘2025 아이리시 크리스마스 파티’를 통해 공연뿐 아니라, 관객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야말로 이 문화의 매력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성패트릭데이, 할로윈, 크리스마스 등 아일랜드 문화와 연계할 수 있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음악과 춤, 참여와 교류가 함께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계획이에요.

특히 2026년 5월에는 한강 버스킹 세션을 비롯해, 광주와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도 아일랜드 춤과 음악을 직접 보고, 듣고,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요. 서울을 넘어 전국 각지에서 아일랜드 음악의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 다음 단계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앞으로도 저희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처음 만난 사람들도 음악과 춤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아일랜드 특유의 공동체적 경험을 한국 곳곳에서 이어가고자 하니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려요!
글 에디터 틴틴
사진 아일랜드 춤과 음악
도시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공간과 사람을 연결해 머물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갑니다.